안녕하세요,
이 뉴스레터는 본래 과학 분야 주요 연구 성과와 정책 등을 공유하고자 만들었는데요, 역시 꾸준히 쓰는 것은 살 빼는 것만큼 어렵네요.
심기일전 하여, 이 뉴스레터에서 제가 오래 전부터 관심 갖고 있던 기술과 과학, 정책, 국가 간 경쟁과 협력에 대한 내용의 비중을 보다 늘리려 합니다. 본래 주제인 과학 분야 연구 성과에 대한 소개와 새로 다루고자 하는 과학기술과 국가에 대한 내용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분리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 더욱 좋고요.)
왜 다시 국가인가?
디지털 기술은 국가 간 장벽을 허물고, 세계적 규모의 플랫폼을 확보한 1등 기업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글로벌 1등 플랫폼 기업들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같은 미국 기업들이었습니다.
이 흐름에 첫 변화를 일으킨 것이 바로 틱톡의 등장이었습니다. 중국 앱이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 미국 유럽 등 서구권을 포함한 세계적 인기 앱이 된 것이지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는 사용자 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해 통제할 수 있고, 이를 활용 또는 조작해 기업의 이익에 맞추어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에 서구권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넘어가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요? 중국 정부는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대한 기준이 서구와는 다르고, 중국 기업은 정부의 강력한 영향 아래에 있습니다.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기업 혹은 국가가 자유 세계 시민의 프라이버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틱톡의 부상은 통신 장비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던 중국이 이제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통신 장비 기업에 대한 제재, 틱톡에 대한 견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봉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조금씩 싹이 보이던 정책들이 트럼프 때 본격적으로 시행되었고, 바이든 대통령도 이 정책은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신, 인공지능, 디지털 플랫폼, 컴퓨팅,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등은 현대와 미래 세계를 운영할 기본 원리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 경영의 플랫폼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중국은 이미 상당 수준 확보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석유, 자유로운 항행, 자유무역의 역할을 이제 이런 디지털 플랫폼 기술이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다툼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럽 역시프라이버시나 AI에 대한 규제를 지렛대로 목소리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시대는 끝나고 다시 산업 정책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을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고,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이같은 미래 전략 기술 중 하나인 양자 과학기술에 대한 소식이 많았습니다. ‘2023 퀀텀 코리아’ 행사가 열려 대통령이 직접 행사장을 찾았고,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이 발표되었습니다.
양자 강국으로 퀀텀 점프하자
6월 26-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퀀텀 코리아’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간 소규모로 진행하던 양자 관련 행사의 규모를 키워 국제 행사로 만들었습니다.
양자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이 발표됐습니다. 2031년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100km급 양자 네트워크를 개발해 도시 간 통신을 실증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35년까지 정부 2조 4000억원, 민간 6000억원을 투자해 최선도 국가 대비 기술 수준을 8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입니다.
IBM이 조만간 1000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몇년 뒤쳐져 쫓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국가로선 양자 컴퓨팅의 전략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자 컴퓨팅을 통해 기존 고전 컴퓨팅의 보안과 암호 체계를 깰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생기는데, 그 때 가서 기술을 가진 국가들이 다른 국가에 기술을 공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직 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지금,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기술 개발에 기여하고 독자 기술력을 어느 정도라도 확보해 리그에서 밀려나지 않을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관련해서 국가양자PM인 이순칠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앞으로 양자 기술이 확립되는 단계에 이르면 선도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넘겨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양자 컴퓨팅의 주요 플랫폼들에 대한 연구가 고루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순칠 국가양자PM은 최근 기자와 만나 "양자 기술은 국방과 안보에 중요한 기술이 되어 나라마다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며 "우리도 양자컴퓨팅과 양자 통신, 양자 센서 등 양자 기술 주요 분야에 지속적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양자 이론이 옳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우저 등 양자 분야 석학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양자암호를 개발한 찰스 베넷, 구글과 함께 양자우월성을 보인 존 마르티니스 교수 등도 참석했습니다.
이들이 한 이야기 중에 인상 깊은 부분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 노하우에 대한 기대입니다. 한국의 탁월한 반도체 공정 기술이 양자 컴퓨터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실리콘과 전자의 움직임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넓게 보면 평탄한 표면에서 아주 작은 입자를 다루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양자 컴퓨터에도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미-중 반도체 갈등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이번 주에도 이어졌습니다.
美, AI칩 中 수출규제 확대 검토…엔비디아·AMD 진땀 - 지디넷코리아
한편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혔습니다.
활기 찬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